시에서 소설로
질투는 나의 힘
-연서
W. 추영
[ 깊은 밤 속에서 홀로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볼 때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좋았던 일보다는 그렇지 못한 것들부터 떠오르고는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가득한 것은 언제나 날을 잔뜩 세운 후회와 질투였다. 너를 사랑하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은 후회와 네 주위의 모든 것들, 지나가는 바람, 네가 들이마시는 공기와 밟고있는 땅, 네 손 끝을 스쳐지나가던 종이와 네가 쥐었던 붓 끝의 사각거림까지도 나는 그 것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많은 밤 동안 나는 그렇게 질투와 후회의 연기를 피워올리며 가슴을 새카맣게 태웠다.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이미 너무나 늦어버린 것들은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연소되며 또 다시 그러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나는 또 다음 밤이 찾아오면 그것들을 태워내기에 바빴다.
어리석게도 너무 버겁고 커다래져버린 감정은 형태가 아닌 흐느낌으로, 탄식으로밖에 자신을 꺼낼 수 없었다. 내겐 그 것이 내 안의 것이 아니라 마치 어디선가 불현듯 나타난 괴물로 보였다. 하루하루, 밤이 지나가는 것을 세는 것처럼 그것은 점점 더 제 몸집을 불려나가고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롯이 나에게만 위협적인 것이었으니, 그 누구도 볼 수 없었고 두려워 하지않았다. 오직 너만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것들을 보는 것도, 없애는 것도. 나는 그것의 주인이자 창조주임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고 겁내었다. 한편으로 나는 더욱 그렇지 않은 척 발버둥치며 살아남는 것에 집착했다. 이는 어쩌면 빠르게 나를 떠나버린 너에 대한 원망과 질투의 또다른 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맸지만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더랬다. ]
툭, 연한 갈색으로 변한 종이가 제가 집어든 책 사이에서 떨어졌다. 오래된 서책 사이에서 떨어진 그 종이는 길고도 짧은 연서와 책갈피였다. 고서점을 정리하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책이었다. 어반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 카운터 위에 책을 올려놓았다. 아마 책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리라. 종이를 다시 끼워넣으며 흘깃보니 고대 한자로 쓰여진 것이 얼추 서책의 연도와도 비슷했다. 나중에 감정사에게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머릿 속 한 켠으로 밀어두며 어반은 대수롭지않게 서책을 옆으로 놓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