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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W. 수피아

 열 세 명의 아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미친 듯이 도로를 질주했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다. 그걸 모르는 아이는 이 무리 중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막힌 벽마저 뚫을 기세로 골목을 달려간다. 의문 섞인 목소리가 안개마냥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의미 없이 사라진다.

 

 누가 와? 몰라.

 그럼 뭔데? 몰라.

 왜 도망치는 거야? 몰라.

 

 열 세 명의 아이들이 내는 뜀박질 소리가 골목길 안을 웅웅 울린다. 아이들의 심장소리도 똑같은 박자로 쿵쿵 뛰어댔다. 단내 섞인 숨소리가 아이들의 옷자락에 감겨든다. 딱딱하게 뭉친 다리는 무언가를 피해 저들끼리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까마귀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맴돈다.

 

 무, 무서워.

 

 거친 숨소리의 틈 사이로 배어나온 첫째 아해의 작은 목소리는 순식간에 무리로 퍼진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길이 막혔다. 아이들은 서로를 돌아봤다.

 

 뭐야? 몰라.

 갔어? 몰라.

 

 근데 뭐가 무서워?

 

 헐떡이는 숨소리가 멈춘다. 26개의 눈동자가 서로를 돌아본다.

 

 …네가 무서워.

 

 첫째 아해가 둘째 아해를 가리킨다. 둘째 아해가 셋째 아해를 가리킨다. 셋째 아해는 넷째를, 넷째 아해는 다섯째를...

 

 아이들은 다시 도망쳤다. 무서운 것들을 피해서. 길은 뚫린 골목길이다. 머리 위의 검은 까마귀가 도망치는 아이들을 쫓는다.

 

 열셋째 아해가 사라진다. 열둘째 아해도 사라진다.

 

 도로를 질주하던 아해들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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