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소설로
너를 기다리는 동안
W. 유성
시계를 흘긋 보았다. 약속시간 10분 전. 너를 만날 수 있는 시간 10분 전.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로 옆 창 너머로 보이는 행인들과, 도로 위를 바쁘게 달리는 차들과, 무심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사이에 네가 섞여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바깥을 기웃거렸다.
밖을 거니는 사람들에게 밟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은, 너의 발자국 소리인 것 같아 내 가슴 속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런 가을날의 기다림.
카페 안의 시계는 점점 우리의 약속시간인 정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초조하게 손에 든 작은 상자를 여닫기를 여러 번,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작은 종소리가 들릴 적마다 흠칫 놀라며 입구를 바라보고 짐짓 실망한 표정을 감추길 여러 번, 너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진 바깥, 그리고 카페 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거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멈춰선 차. 사고라도 나 것일까. 난 아직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유리 너머의 일들을 관조적으로 바라보았다. 곧 가을 공기를 찢는 듯한 높은 음의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했고, 여자 한 명이 실려 가는 것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구급차도, 사고 난 차량도 어디론가 사라지자, 거리는 언제 사고가 일어났냐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다가 아까처럼 무슨 사고가 난 것일까. 약속 날짜를,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애써 갖은 핑계를 대며 나를 안심시켜 보았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높고 맑은, 너무나 푸르른 가을 하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