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소설로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W. 라임
바래버린 핏자국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토독, 토독. 올려다본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곧 비가 쏟아질 테지. 점점 굵지는 빗줄기가 옷을 적셔올수록 그대가 생각났다. 장맛비를 흠뻑 맞으며 함께 달리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그대는 어딜 가버렸나요. 서 있기가 버거워 그 옆에 주저앉아버렸다. 진영을 나서기 전 병사 하나가 챙겨준 우산은 그대로 손에 들려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비를 맞으면서라도 그대를 떠올리고 싶었다. 분명 꼭 돌아오겠다고 약지를 걸고 한 맹세의 온기는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그것과 별개로 이 비가 그치면 이젠 무어에 기대어 그대를 떠올려야할까. 어느덧 거세진 비는 따갑게도 내렸다. 으슬으슬, 찬 기운이 몸을 덮쳐왔지만 눈시울은 점점 뜨거워졌다. 눈물로 범벅이 되어 무거워진 고개가 점점 바닥을 향했다. 외로움이 가슴에 사무쳤다. 이리도 익숙한 감정이 또 있을까 하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대를 만나고서야 드디어 이내 마음을 따를 수 있게 되었었는데 결국엔 제자리걸음일 뿐이었던가. 두 뺨에 가득해진 눈물선은 똑같은 모양새로 가슴에 새겨지고. 그대여, 지금 어디에 있나요. 이렇게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있나요. 짓눌린 흐느낌이 결국엔 입 밖으로 토해졌다. 눈물로 부르는 것은 기대어 울 수 있는 그 가슴 하나라. 펑펑 적셔내어도 괜찮다 달래어주던 목소리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딘들 못 가랴. 다만, 그곳이 어딘지 모르는 것이 한이었다. 비 건너 건너 전해진다면 묻고 싶었다. 울음에 섞여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반복해 보지만, 말로서는 다 할 수 없을 정도라 그저 외칠 수밖에 없었다. 빗소리에 묻혀버리더라도 그대의 가슴이 공명해주기를. 그립습니다. 그대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