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소설로
팔원
W. 유일연
어느 겨울, 정말 추운 날이었다. 나름의 급한 일이 있어 아침부터 묘향산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는 텅텅 비어있었다. 승객이라고는 나까지 고작 두 명에, 기사까지 세 명이 몸을 실은 넓은 차에 작은 아이가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차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겨워 보여 도와주어야 했으나,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 영 기뻐 보이지는 않았다.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서는 금방이라도 울 듯, 아니 사실 표정은 잘 보지 못했지만, 아이의 온몸이 그래 보였다. 나 대신 아이에게 말을 건 사람은 기사였다. 어디 가니? 아이의 표정이 잠시 밝아지는 듯도 했다.
자성이요.
열 살을 갓 넘었을 듯해 보이는 얼굴과 밭고랑처럼 터진 손을 가진 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창가로 달려갔다. 눈에는 자그만 눈물을 머금고, 입가는 웃으면서, 예쁘지만은 않은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창밖에는 남자 어른 하나와 아이만한 아이 둘이 서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남자 어른은 잘 가라며 웃고 있었고, 그 옆에 서 있는 아이 둘은 울면서 뭐라 소리쳤다. 차 안에서 그들과 마주 보고 있던 아이가 일본어로 뭐라 크게 대답했다. 그들에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참 흐르던 정적을 깨고 차가 출발하고, 이제 아이의 눈은 눈물을 떨구고 입가는 떨렸다. 점점 작아지는, 가족 같은 일본인 셋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게 울었다. 안쪽에서 두 번째 칸, 일찍부터 차에 타 있던 승객 한 명도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의 손을 보며, 열심히 흔들어 잘 보이지도 않는 손등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는 자리에 앉으며 알아보기 힘들게 살짝 미소 지었다. 행복이나 즐거움, 뿌듯함이 아니었다. 슬픔의 눈물을 잠재우고, 안도의 미소였다.
비록 미워해야만 하는 사람들과 함께였지만 그렇지만은 않았고, 비록 힘들고 힘들었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지난 시간에 대한, 어리지 않은 안도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