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소설로
사막
-발자국
W. 꽃나래울
모래 바람이 불었다.
텁텁한 먼지가 얼굴에 달라붙었다. 마크는 모자를 푹 눌러 썼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모자에 눌린 머리카락이 눈을 찔렀다. 한 쪽 손으로는 모자를 살짝 들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거칠게 넘겼다.
그렇게 고개를 든 마크의 눈앞에는 끝없는 모래사막이 펼쳐 있었다. 모래, 모래언덕, 지나가는 전갈 하나, 그리고 내리꽂듯이 비춰오는 강한 햇빛. 그는 눈을 찌푸리며 손으로 햇빛을 가렸다. 몇 걸음 정도 되는 거리에 큰 바위가 놓여 있었다.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의 발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바위는 꽤나 크고 평평해서 앉기에 적당해보였다. 하지만 막상 바위 위에 손을 대보니 햇빛을 받아 끓는 물처럼 뜨거웠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토록 이곳에 있으면서 이걸 실수하다니. 마크는 자신이 햇빛 때문에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보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결국 앉을만한 곳은 바위 밑 모래바닥 뿐이었다. 뜨듯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바위 그림자 덕분에 바위보다는 나았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앞을 바라보니 사막이 눈앞에 보였다. 사막 한 가운데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을 채우는 사막의 풍경은, 그야말로 황량하고 허무했다.
그는 이미 수천 번을 바라본 사막의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보이는 것 하나 없는 사막이 낯설었다. 이 모래뿐인 세상을 보고 있자면 자신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철없던 사춘기 소년 때는 사막의 고독함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랬던 자신을 비웃고 싶다. 그는 사람의 냄새가 그리웠다. 그와 똑같이 움직이고 말을 하는 사람의 텁텁한 냄새.......
그는 마지막으로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였는지 눈을 감고 떠올렸다. 자연스레 녀석이 생각났다. 며칠 전이었다면 그 녀석이 쉴 새 없이 옆에서 쫑알거리고 있었겠지.......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다 이내 다시 사라졌다. 그래, 며칠 전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