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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녀석을 만난 것은 꽤 오래됐다. 아마 세 달 쯤 됐을 것이다. 시작은 그가 모래 언덕에서 발을 헛디디며 녀석 옆에 떨어진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봐, 당신 뭐야?"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웬 사내의 얼굴이었다. 검은 복면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 눈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넘어져서 창피한 건 알겠는데, 얼른 일어나라고."

 "아, 예, 죄송합니다."

 

 남자의 재촉에 마크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일어났다. 잔뜩 몸에 먼지가 묻어있었다. 마크는 모래를 털며 자신의 옆에 선 남자를 힐끔 쳐다보았다. 남자는 팔짱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추레한 행색과 구석에 놓인 가방을 보아하니 자신과 같은 여행자인 듯했다.

 

 남자가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는데, 당신 뭐지?”

 “그냥 여행하는 사람이요. 발을 헛디뎌서 그만.......”

 

 마크는 자신이 떨어진 모래언덕을 가리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크에게 한 발 다가오며 물었다.

 

 “혹시 물 있나?”

 “예?”

 “내가 그쪽이 옆에 떨어지면서 모래 먼지를 다 먹어가지고 말이야. 목이 텁텁해 죽겠어.”

 “물은 있는데......”

 “물 한 모금만.”

 “안돼요.”

 “왜?”

 

 마크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처음 보는 사이에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 불쾌했다.

 

 “같은 여행자시면 아시잖아요. 사막에서 물은 보석보다 귀합니다. 저 때문에 먼지 드신 건 죄송합니다만 저는 갈 길이 멀어요.”

 “에이, 한 번만. 목이 너무 말라서 그래.”

 “물 없어요?”

 “있긴 한데 별로 없어.”

 “그쪽 거 마시세요.”

 

 마크의 단호함에 남자는 말문이 막힌 표정이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마크를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휙 뒤를 돌아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완벽한 마크의 승리였다. 마크는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크가 거슬린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재밌는 남자였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물었다.

 

 “이름이 뭐죠?”

 “알아서 뭐하게.”

 

 무뚝뚝한 답이 되돌아왔다.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다닙시다.”

 “뭐?”

 

 사막에서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워낙 넓기도 하거니와 험한 곳이라 찾는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마크 역시 사막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은 이 남자가 처음이었다. 그는 홀로 사막을 돌아다니는 건 이제 오래 했다고 생각했다. 말동무가 필요했다. 하도 입을 열지 않아 입에서 쓴 내가 날 지경이면 말 다했다. 그런데 마침 이렇게 사람이 나타나다니!

 

 하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당하다는 듯 눈을 껌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같이 앉아도 되죠?”

 “아니.”

 

 하지만 이런 것에 당해낼 마크가 아니었다. 마크는 뻔뻔스럽게 남자의 옆에 가 앉았다. 남자가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짓자 마크는 씩 웃었다.

 

 “물 한 모금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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