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소설로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로 그들은 서로 같이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싫다며 생색을 내던 그도 마크가 시도 때도 없이 따라다니자 결국 마지못해 승낙했다. 다행히 둘 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이여서 길이 갈라질 일은 없었다. 마을이 보이면 마을로, 오아시스가 보이면, 오아시스로.
하지만 막상 같이 다니게 되니 더 신나하는 쪽은 남자였다. 그는 사막을 돌아다니며 온갖 이야기를 다 했다. 마크는 그의 이름이 ‘폴리안’이라는 것과, 그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며, 고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어떻게 해서 사막에 오게 되었는지, 그가 어렸을 때 얼마나 똑똑하고 인기 많은 학생이었는지-이건 믿음이 가지 않지만- 하여간 별의별 것들을 다 알게 되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치고는 꽤 많은 것을 알게 된 셈이었다. 그 자체가 수다스러운 면도 있지만, 폴리안도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은 탓에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마크 역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둘은 더욱 잘 맞았다.
그렇게 그들은 3개월을 꼬박 붙어 지냈다. 겨우 3개월이었다. 겨우.......
“마크, 오아시스까지 가려면 얼마나 남았지?”
“나도 몰라. 그보다 말하지 마. 말하면 더 목이 마르니까.”
“싫은데. 말할 거야.”
“제발 좀! 말하지 마.”
그제야 폴리안은 입을 다물었다... 고 생각하는 찰나 그가 다시 물어왔다.
“오아시스는 아직 멀었나?”
“폴리안!”
“이해해줘, 워낙 입이 방정맞은 성격인 거 너도 알잖아.”
“지금 갈증 때문에 다 죽어가는 사람이 그 말이 나와?”
마크는 짜증스레 폴리안을 노려봤다. 폴리안은 속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미소를 짓는 그의 입가는 거의 죽었다고 할 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모래 먼지가 붙어있는 입술은 틈새가 여기저기 갈라져 있어 저렇게 웃어대면 입술이 아프지도 않나 싶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폴리안의 안색은 거의 다 죽어가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저런 사람이 저렇게 입을 열어대니 왜 저러나 싶을 면서도 걱정이 돼 마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요 일주일 새 가지고 있던 물이 바닥났다. 마을이 근처에 있다는 지도를 믿은 잘못이었다. 그 마을은 식수 공급이 되지 않아 오래 전에 폐쇄된 마을이었다. 마크는 하마터면 지도를 찢을 뻔했다. 빌어먹을 마을에는 우물 하나 없었다.
마지막 물은 폴리안이 마크에게 양보했다. 사실 양보라기 보다는 거의 강압적인 수준이었다. 아주 소량의 물이 남았고, 둘 모두 목이 마른 상태였다. 마크는 폴리안에게 물을 마시라고 했지만, 폴리안은 한사코 거부했다. 자기는 그렇게 목이 마르지 않다나. 순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태도가 너무나 완강하여 마크는 어쩔 수 없니 물통 안에 남은 마지막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메마른 한 사람의 목이 적셔지고, 이제 목이 마른 사람은 폴리안 뿐이었다.
“오아시스에 도착하면 말이야, 오아시스에....... 내 말 듣고 있어?”
마크는 그가 도무지 멈추지 않자 자포자기한 상태로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지 않는 군. 그런다고 그만둘 내가 아니지. 아무튼 오아시스에 도착하면 말이야, 난 그 물을 마시기 전에 춤을 출 거야.”
푸흡, 마크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저거, 저런 와중에도 실없는 소리나 하는 군.
“왜냐면, 오아시스의 신에게 경배를 하기 위해서지. 오아시스의 신에 대해 알아? ...대답이 없군. 뭐 상관없어. 암튼 오아시스의 신은 말이야, 굉장히 콧대가 높아서 말이지, 쿨럭,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기 전에 경배를 드리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더 찾기 어려운 곳에 오아시스를 숨겨놓는 다더군. 그리고.......”
그는 말을 하다말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안색이 더욱 좋지 않았다. 마크가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고! 더 안 좋아졌잖아!”
“됐어. 어차피 오아시스에 가기 전에 죽을 거야.”
“그런 생각하지 마. 우린 오아시스에 갈 거야.”
"괜히 위로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나는 내가 죽을 걸, 쿨럭, 알아. 사막에서 반평생을 살아왔으니 사막에서 죽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저기 앉아. 내가 침낭을 펴줄 테니까. 날이 어두우니까 잠깐 눈 좀 붙이다 새벽쯤 출발하는 게 좋겠어.”
확실히 주변이 어둑어둑했다. 폴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크와 함께 침낭을 폈다.
해는 점점 기울어지고, 뜨겁던 사막에도 밤이 찾아왔다. 밤이 오자 사막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타들어갈 것만 같던 뜨거운 기운을 거두고 냉기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