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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는 소금을 뿌린 듯 별이 총총 박혀 있었다. 폴리안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에흠, 내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음, 고맙다.”

 “.......”

 “뭐,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일지 몰라도....... 모래뿐인 사막이 좋아 여기로 뛰쳐나왔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이 좋긴 하더라고. 모래 바닥을 걷다보니 발자국마저 친구로 보일 정도라니까? 어지간히 외로우면 지나가는 전갈한테 말을 거냐고.”

 

 폴리안은 낄낄 웃다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뭐, 널 만나고는 나름 우리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발자국이 참 고마웠어.”

 “......발자국?”

 

 가만히 폴리안의 말을 듣던 마크는 마침내 입을 떼었다. 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발자국 두 개만이 나를 뒤쫓았는데, 네가 오고 나서는 그게 네 개로 불어난 거야. 그게 난 참 좋았어.”

 “오글거리긴.”

 “나도 알아. 암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외로울 때면 뒷걸음질로 걷고는 했거든.”

 “뒷걸음질?”

 “그래, 뒷걸음질. 내 앞에 찍힌 발자국이라도 보려고 말이다. 여기는 하도 뭐가 없어서, 사람의 것이 너무 궁해서 내 발자국이라도 봐야 정신이 들 것 같더라고.”

 “너 답군.”

 “이제는 발자국을 안 봐도 돼서, 그 발자국을 봐도 나의 발자국이 아니라 너의 발자국을 볼 수 있어서, 참 고맙다. 이런 말은 거의 안 하는데 거의 다 죽어가는 마당이니까 한 번 말하는 거야. 알겠어?”

 

 그런 말 하지 말랬지, 마크는 그렇게 말하려다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마주치게 된 폴리안의 바싹 마른 얼굴 위에, 작은 미소가 떠 있었다. 그 미소가 메마른 입술과 다르게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해보여서, 그런 그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아서, 마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나도 고맙다.”

 “웬일이래?”

 “정말 고마워.”

 

 폴리안은 킥킥 웃었다. 별일이라며 앞으로 자주 아파야겠다며 농담을 하는 폴리안의 말에 마크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곧 폴리안은 이만 자야 될 것 같다며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런 와중에도 쉴 새 없이 기침이 튀어나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마크는 한참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 했다. 조용한 밤이 찾아왔다. 마크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의 가슴 한 구석 남아있는 작은 죄책감이, 자신이 마지막 물을 마셨다는 사실이 밀고 올라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와 함께했던 나날들이 그의 머릿속을 부여잡았다. 문득 아까 폴리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아시스에 도착하면 춤을 추면서 오아시스의 신에게 경배를 올릴 거야.”

 

 정말 오아시스의 신이 있을까. 근거 없이 떠든 소리겠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그 신을 믿고 싶었다. 오아시스의 신이시여, 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제발 무엇을 하든 좋으니 제 앞에 오아시스를 가져다주시옵소서. 그는 마음속으로 외치다 피식 웃었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간절했나 싶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폴리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죽으면 안 돼. 나랑 같이 오아시스에 가서 춤을 추자고.......”

 

 마크는 눈을 감았다. 다음 날이 되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폴리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직 자고 있었다. 그는 폴리안을 불렀다.

 

 “이봐, 폴리안. 일어났어?”

 “.......”

 “폴리안? 폴리안?”

 “........”

 “젠장, 폴리안!”

 

 그는 벌떡 일어나 폴리안을 살펴보았다. 그는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야말로 죽은 듯이.......

 

 

 

 

 마크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고였다. 그는 눈을 닦고는 바위 밑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야만 할 때였다. 천천히 저 끝없는 모래 사막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후 그는 이 넓은 사막을 홀로 걸었다. 쉼 없이 걸었다. 때로는 뒤를 돌아 뒷걸음질로 걷기도 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언젠가 저 발자국 옆에 있었던 친구의 발자국을 떠올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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