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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호흡, 박은정(2015)

 죽은 아이를 사랑한 적 있지

 

 잠의 목덜미를 쏟아내며

 누군가를 부르는 증상

 

 야뇨증과 실어증으로

 불덩이 같은 이마를 맡기고

 늘어지는 아이

 

 눈을 감으면 휘감는 열의 언어들

 

 거대한 일요일의 미사

 수많은 혀들이 서로를 문병할 때

 마른 흙 위를 뛰어다니던 새가

 요란하게 비명을 지른다

 

 어지러워요 엄마

 기도를 멈춰요 성대모사를 멈추세요

 밤마다 돋아난 실핏줄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무심한 호칭과

 부드러운 뺨의 시절

 꿈속을 드나들던 손가락이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돌이킬 수 없는 날씨가 반복될 때까지

 

 우산을 들고 빙빙 도는

 엄마들의 환희

 이것은 넘쳐흐르는 음악

 증식하는 물거품이야

 

 편식하는 아이들이 녹슨 열대어를 닮아간다

 

 예리한 혓바닥들이

 가장 낮은 음을 향해 돌진하는

 하루가 익어가고

 

 밤의 구경꾼들이

 매끄러운 배를 끌고 간다

 천천히 돋아나는 입술

 호흡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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