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소설로
나는 너를 기다리고 계속 기다렸다. 하루, 이틀, 사흘…, 매일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너를 기다렸다. 네가 그날 오지 않은 것은 내가 싫어졌다거나, 무슨 사고가 생겼다는 것이 아닌, 그저 날짜를 착각했을 뿐인 것이라고 믿고 싶었기에, 네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기에, 지독하게도 나를 속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날 네게 전해주지 못한 작은 상자를 손에 꼬옥 그러쥐었다. 상자를 여닫을 적마다 마치 진주조개 속에 살며시 들어있는 진주처럼 품어진 작은 반지가 반짝거렸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어쩌면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나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네가 오기로 했던 그 자리, 우리의 약속 장소에 매일 같이 너를 기다리며 애달프도록 카페의 문만을 바라보았다. 행여나 네가 ‘조금 늦었지?’라며 들어올까 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그러다 다시 문이 열리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네가 아니었다가.
그 애달픈 과정의 무한한 반복에 내게는 허탈감만이 남을 뿐이었다. ‘논문 쓸 자료 제대로 챙겨왔지?’, ‘이 앞에서 사고 당했던 사람 죽었다나 봐.’, ‘약속 시간 제대로 안 지킬래?’, ‘미안,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보니’, 등등의 그런 영양가 없는 주변의 소리만이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래, 너는 오지 않을 것이었다. 아니, 너는 분명 천천히 나에게 오고 있을 것이었다.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오고 있을 것이었다. 다만, 그 곳이 아주 먼 곳이기에,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기에 쉬이 오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네가 내게 오길 기다리며, 나는 너에게 간다.
나는 앉아있던 곳에서 벌떡 일어난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서,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너의 작은 발자국 소리를 따라, 나는 너에게 간다. 네가 있을, 아주 먼 그곳으로. 네가 차마 나에게 오지 못할 만큼 멀리 있는 그곳으로.
그러니, 이제는 조금만 기다려 줘, 나를.
네가 아니면 안 되는 내가,
지금 너에게 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