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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엄마는 천국이 있다고 생각해, 없다고 생각해?

 -엄마는 몽상가라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란다. 후후, 네 아빠는 항상 고개를 젓고는 하시지만.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분명히 그다음 생도 있다는 것도 믿고.

 

 -그거, 환생?

 -그렇게 되겠구나. 그러니까 쉽게 말해보면 사람은 죽는 게 아니라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오히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잠깐이 낯선 공간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잘 모르는 곳이면 꼭 소풍 가는 기분이겠다. 학교에서 소풍 갈 때는 선생님 뒤로 잘 따라다녀야 한대. 길 잃는다구.

 -좋은 어감이네. 소풍이라……. 그래, 딸. 우리는 이 땅으로 소풍을 온 거란다. 선생님이 돌아갈 때가 되면 너를 찾으러 오듯이, 우리가 이 세상과 충분히 교감했다고 느껴지면 하늘에서 우리를 배웅 오는 거야.

 

 -하늘님은 간호사 언니처럼 다정하실까?

 -그럼, 물론이지. 분명히 우리 딸한테 즐거웠니? 라고 물어볼 거란다. 아주 상냥하게.

 

 -나는 즐거웠다고 대답할래요.

 -엄마도. 그렇게 물어봐 준다면야 기꺼이 대답해야지.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사랑스러운 딸과 무뚝뚝하지만 좋은 남편과 함께해왔던 시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엄마 손잡고 같이 하늘님을 만나면 좋을 거 같아.

 -마음은 기쁘지만, 우리 딸은 엄마보다 훨씬 더 세상을 즐기고 와야지. 그래야 이제 돌아와야지, 라고 손을 내밀어도 미련없이 돌아갈 수 있지 않겠니?

 

 

 그래도 엄마,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3박 4일의 짧은 유학을 다녀온 뒤에 마주한 건 처참한 전쟁의 잔상들이다. 발밑에 뒹구는 너덜거리는 신문에 깨알같이 박혀있는 글자들. 그 속에는 이 마을이 가장 끝자락에 위치해서 몇몇은 도망을 가는 데 성공했다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휴대전화는 무용지물이었다. 서비스 자체가 먹통이다. 집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눈앞으로 뻥 뚫린 이 공간이 어지간한 주택들은 부서졌다는 것을 잔혹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살아계시리라 믿고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널브러져 있던 신문을 주워들었다. 이미 꼬깃꼬깃해진 신문 조각을 빳빳이 펼쳤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마을 주민들, ...로 이동. 과연 그들의 앞날은. 신문에 적혀있는 낯선 지명만 봐도 도망친 곳이 이 나라 안이 아닌 것이 확실했다. 아무렇게나 휴대전화가 들어있던 주머니에 신문 조각을 쑤셔 넣었다.

 

 “……갈 곳을 정했으면, 가야지.”

 

 이제 폐허가 된 곳을 천천히 등지고 돌아섰다. 이상하리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캐리어를 질질 끌고 무작정 걸었다. 목적지는…… 일단은 공항이다. 외국이잖아. 비행기부터 타고 봐야지. 엄마가, 아빠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내가 가면 되잖아. 지금까지 응석 부렸으니까 한 번쯤은 어른스러운 척 해봐도 되잖아. 쉽네.

 

 

 -그래도 싫어. 엄마랑 같이 갈래.

 -그럼 엄마가 오래오래 살아야겠는걸.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즐겁게 놀다 가는 거야. 어땠냐고 물으면 너무나 즐겁고 아름다웠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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