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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하여 행복한 세월을 보냈으나 아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몸이 허약해지더니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지요. 이제 아내가 없는 남은 인생을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없이 보낼 수 있지마는 이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면 후에 아내를 만나면 호되게 혼날까 두려워 쓸쓸함과 고독한 이 세상에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식이라곤 딸 아이 하나 있었지마는 그 딸아이도 나이를 먹으니 어느덧 내가 사랑했던 내 아내와 쏙 빼닮은 얼굴을 하고선 결혼을 해 시집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진 거죠. 이렇게 적적한 하루하루를 보내자니 너무나 고통스러워 나는 나의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다 내가 내 아내에게 자주 편지를 썼다는 것을 기억하였습니다. 그 때 그 사랑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말이죠. 그리고 또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다름 아닌 한 사람을 위해서. 내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이제는 없으나 앞으로도 사랑할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사 편지를 작성하였습니다. 보낼 주소는 없었지만, 우표까지 사 편지봉투에 붙여 마음으로나마 보낸다면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닿지 않을까 싶어 우체국으로 향하였습니다. 우체국에는 적은 인원이 있었지마는 그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기쁜 소식을 전하려는 듯 미소가. 누군가에게는 슬픈 소식을 전하려는 듯 울상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우표를 사 들고 집으로 와 붙이고 한 상자를 꺼내 그 안에다 담았습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편지를 써 상자에 담았습니다. 이 편지가, 나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아내에게 닿았을까. 생각하니 씁쓸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4>

이제 더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도 아내를 만날 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에 쓰는 것이 마지막 편지겠지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내 마음을 담았습니다. 내용은 항상 같았지마는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욱더 그 의미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했기에 내가 당신을 통해 행복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이제 만나요. 색색 꺼져가는 숨결에 나는 편지를 마무리 짓고 편지를 모아놓은 상자에 이 마지막까지 담아 상자를 닫았습니다. 그리고 상자를 조심히 품에 안으며 생을 마감하려고 했습니다. 부디 내가 이 숨결이 꺼질 때 즈음에는 이 모든 편지와 아내를 향한 내 모든 마음을 함께 가지고 하늘로 올라가길 바라며.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이 감겼습니다. 옆에서 딸과 그의 남편이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이윽고 내 몸은 가벼워져 하늘로 올라가 아내의 품에 안겼습니다. 내 손에는 가득히 많은 양의 편지들이 들려있었고 나는 이 모든 것을 아내에게 전해주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싱긋 웃으며 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만났네. 당신이 없었던 동안의 내 마음이라오. 한번 읽어 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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